<더 글로리>는 사적 복수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표현의 수위가 그나마 자유로운 OTT를 활용해 김은숙 작가와 안길호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 드라마였습니다. 지독한 복수의 명분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복수를 완성해 가는 과정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죠. 그래서 이번 포스팅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 리뷰를 솔직하게 스포 없이 풀어보겠습니다.
더 글로리(The Glory)
⎮스릴러⎮청불⎮8부작⎮
제작 : 김은숙, 안길호
출연 :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김히어라, 차주영, 김건우, 정지소, 신예은 외
시놉시스
한 고급 주택을 감시하듯 지켜보는 문등은(송혜교). 그리고 그녀의 원룸에는 한 여자의 사진으로 가득했습니다. 얼마뒤 사진 속 여자 박연진(임지연)이 그녀의 방으로 들어오게 되고 문동은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박연진을 쓰러트리면서 증오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자신이 여기까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알려주겠다며, 문동은의 유년시절로 이 드라마는 시작하게 됩니다.
고등학교 유년 시절의 문동은(송혜교)의 삶은 한마디로 지옥이었습니다. 그리고 박연진 (임지연)과 그녀의 일행들은 악마 그 자체였죠. 문동은은 그들로부터 무자비한 학교 폭력으로 육체적인 상처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처절하게 부서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괴롭힘으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지만 구원해줄 곳은 어디에도 없었죠.
이런 마음편히 숨 쉴 곳조차 없는 공간에서 학폭 괴롭힘으로 상처만 남은 문동은은 결국 자퇴를 하게 되고 박연진과 그 일행들에 대한 증오와 복수를 뼈에 사무치도록 다짐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복수는 그녀의 삶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밑바닥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치밀하게 20여 년 간 준비해 갑니다. 그리고 박연진과 일행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 그들에 대한 단죄를 함으로써 복수를 완성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김은숙 작가의 첫 복수극
지난달 30일 <더 글로리> 파트 1의 8부작이 공개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공포에서 멜로드라마로, 또 살인 미스터리로 예고 없이 스토리의 방향을 뒤흔들어 버릴 정도로 예측할 수 없는 심리 서스펜스 드라마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창의적인 각본은 2016년 송혜교가 출연한 히트작 <태양의 후예>와 이 외에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었었던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를 쓴 작가이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드라마 작가 중 한 사람인 김은숙 작가가 첫 복수극으로 집필한 작품이었죠.
사실 김은숙 작가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거의 모든 장르가 멜로를 다루고 있을 정도로 로맨스의 대가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 복수극은 김은숙 작가에게 도전이었겠지만 저에겐 새롭고 신선한 소재로 느껴지는 드라마 였습니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 사적 복수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표현의 수위가 그나마 자유로운 OTT를 활용해 김은숙 작가는 작정하고 지독한 복수의 명분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이를 완성해 가는 드라마로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않겨 주었습니다.
학폭 보기 불편할 정도로 수위 높아
약 50분짜리 8부작으로 공개된 이 드라마는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몰입감을 주다보니 이 드라마를 다 보는데 하루도 안 걸렸죠. 하지만 그에 비해 첫 번째 에피소드를 보는 건 사실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문동은이 유년시절 당했던 학교폭력이 너무나 보기 끔찍할 정도로 그 수위가 높았기 때문이었죠.
이 드라마에서 동은이 가해자 연진과 그 무리들에게 당하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인 폭력이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잔혹한 행위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첫 에피소드의 학폭 장면은 보기가 불편하였습니다. 그리고 문동은이 왜 복수를 완성해 가야 하는지 그 이유와 명분이 충분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문동은의 복수를 빨리 완성해 가길 바랄 정도로 몰입하게 되었고 아쉬운 점은 다음 작품을 무려 3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들 정도로 보는 내내 이 드라마에 빠져 들었던 것 같습니다.
복수의 명분이 선명한 드라마
그리고 이 드라마를 보면서 <더 글로리>만큼 선명하게 복수의 명분을 제공하는 드라마는 흔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동은(송혜교)이 겪는 학교폭력 피해는 바늘 들어갈 틈도 없을 정도의 추악함으로 가득 차 있는데요. 직접 괴롭히는 동급생들의 잔인함은 허구라고 해도 보기 힘들 지경이고, 담임교사와 직계 가족인 엄마조차도 동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없었으며 오히려 동은에게 더 큰 고통만을 않겨 주고 있죠.
김은숙 작가는 가해자들이 동은을 대하는 태도에 한 방울의 연민이나 죄책감도 없이 악마라고 할 정도로 쓰레기 캐릭터로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은을 괴롭히던 동창생들은 성장해 번듯한 방송인과 골프장 사장, 유명 화가, 승무원이 되어 겉으로는 선망받는 삶을 살지만 여전히 역겨운 사고방식과 추악한 태도, 천박한 언어 속에서 뒹구는 쓰레기 같은 인물로 성장을 하죠.
그리고 자신들의 치부를 알고 있는 동은이 등장해도 그 어떤 죄책감도 없이 뻔뻔함을 놓지 않는 가해 주동자 연진(임지연)과 재준(박성훈), 사라(김히어라) 같은 가해자이면서도 연진과 재준에게 대놓고 무시당하는 혜정(차주영)과 명오(김건우)를 보고 있으면 동은의 증오와 복수심이 100% 이상 공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김은숙 작가와 안길호 감독은 문동은과 가해자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연출을 보여줌으로써 넷플릭스 OTT 울타리 안에 놓인 도구들을 백이십 퍼센트 활용해 순도 높은 증오심으로 복수극이 줄 수 있는 긴장의 최고치를 이끌어낸 드라마였습니다.
작가의 필력과 감독의 영상미, 음향 사운드가 더해져 강렬한 드라마
각 에피소드가 끝날 때쯤 김은숙 작가의 필력과 안길호 감독의 연출력, 그리고 음향 사운드까지 더해서 만들어지는 문동은의 독백과 영상들은 드라마의 흡인력을 더해 주는 것 같습니다.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파상은 파상으로 때린 곳은 때림으로 갚을지니... 글쎄 그건 너무 페어플레이 같은데요? 여러분" 마치 시청자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복수하는 것은 복수의 완성이 아님을 되묻는 것 같았죠. 또한 "이제부터 모든 날이 흉흉할 거야. 자극적이고 끔찍할 거야. 막을 수도 없앨 수도 없을 거야. 나는, 너의 아주 오래된 소문이 될 거거든. 연진아" 그러면서 살짝 미소 짓는 문동은을 보면 이제부터 서서히 말라가는 가해자들의 모습을 예상해 볼 수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이 외에도 "난 바둑을 빨리 배웠어, 목적이 분명했고 상대가 정성껏 지은 집을 빼앗으면 이기는 게임이라니, 아름답더라", "넌 죽으면 천국 갈 거야. 사는 동안 지옥일 거니까" 등 무표정한 얼굴로 주옥같은 대사를 읊는 문동은의 모습에 반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
배우들의 연기력과 배우들의 호흡력은 두말할 필요 없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을 향한 파괴적인 집념과 서늘한 얼굴의 문동은을 연기한 송혜교와 학폭에 시달려 영혼까지 부서지는 아역을 연기한 정지소의 연기력도 좋았습니다. 또한, 문동은의 활약으로 가해자들의 관계에 균열이 일어나게 되어 서서히 망가져 가는 가해자들의 모습들을 연기한 임지연, 박성훈, 김히어라, 김건우, 차주영 배우들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해서 시청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통쾌했습니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이 좋았습니다. 다만 약간의 아쉬움이라면 드라마가 시작되고 등장인물의 관계와 서사를 쌓아가는 속도감은 다소 느리게 흘러갔지만 이것도 잠시뿐 3화부터 마지막 8화까지 숨쉴틈 없이 휘몰아치는 전개에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그럼 나무위키에 소개된 주요 인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문동은 (송혜교)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가난했으므로 모진 학교 폭력을 당한 동은. 웃음을 잃었고 영혼은 가루처럼 부서졌다. 죽기 좋은 날씨여서 죽으러 갔었다. 그날 동은을 살린 건 어쩌면 안개였다. 짙은 농무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축축한 옷 속에서 팔과 다리의 흉들이 가려웠다. 날을 잘못 골랐다고 울다가 그런 스스로가 너무 불쌍해서, 외려 웃고 말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왜 나만 죽어야 하지? 용서는 없다. 그 누구도 천국에 들지 못하겠지만.
주여정 (이도현)
온실 속의 화초란 말은 아마도 여정을 두고 만든 말일지도 모른다. 싱그럽게 웃고 때때로 하늘거리며 달콤한 향기를 가졌다. 평생이 난동(煖冬)이라 밖이 그리 추운지 몰랐던 여정은 악몽 같은 사건을 겪고 난 후 지독한 겨울을 버텨내고 있었다. 그리고 동은의 팔과 다리의 흉을 보고 여정은 결심한다. 동은의 왕자님이 아닌 칼춤을 추는 망나니가 되기로. 그래서 손에 든 메스를 조금 다르게 써 보기로 한다. 원래의 계절에 맞게 이제부터 아주 차가워질 작정이다.
박연진(임지연)
태어나 보니 세상은 이미 연진의 편이었다. 하물며 끔찍한 학교폭력을 저지르고도 부모의 비뚤어진 자식 사랑 덕에 잘못에 대해 반성하려는 그 어떤 노력조차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연진은 일생이 백야였다. 하지만 연진은 알지 못했다. 백야가 있는 동안 그 반대의 반구에서는 극야(極夜)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걸. 극야(極夜)의 시간을 견딘 동은이 연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는 중이란 걸.
강현남 (염혜란)
처음엔 내 잘못인 줄 알았다. 사람들도 그렇다고 했다. 참으면 되는 줄 알았다. 버티면 나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현남은 결심했다. 너울이 무서운 이유는 예측이 어렵고 파고가 낮아지는 물결이라 잔물결도 없이 잠잠하다 일순간에 모든 걸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어쩐지 문동은이란 저 여자가 그 방법이 될 것 같다.
하도영 (정성일)
도영에게 삶은 바둑판처럼 선명했다. 아군과 적군. 내 식구와 남의 식구. 예스 아니면 노. 흐릿한 것이 끼어들 수 없는 흑과 백의 세상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안개처럼 흐릿한 한 여자가 자꾸만 궁금해지더니, 급기야 태양을 따라 도는 해바라기처럼 그 여자를 쫓고 있었다. 도영은 안다. 인생에서도 대국에서도, 백보단 흑이 유리하단 걸. 평생 흑만 잡아 왔었는데 지금 도영은 백을 잡고 있다.
전재준 (박성훈)
가는 곳마다 눈에 띄고, 눈에 띄는 모든 순간 ‘갑’으로 살고 있는 재준. 술 아니면 여자, 여자 아니면 도박, 도박 아니면 폭행으로 변호사와 만나는 시간이 더 많지만 그렇게 살아도 부는 매일매일 쌓여간다. 그런 재준이 미치도록 가지고 싶은 것이 생겼다. 그것이 동은이 계획한 덫이라는 것을 알지만 멈추기에는 이미 늦어 버렸다.
이렇게 <더 글로리>에 대한 스포 없는 솔직한 리뷰와 공개된 등장인물에 대해 설명하였는데요. 현재까지 이 드라마는 지난달 30일 파트 1(1∼8회)이 공개되었으며, 파트 2(9∼16회)는 오는 3월 공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파트 2에 대한 리뷰 정보를 확인하고 싶다면 아래 관련 링크를 확인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관련 링크 : 더 글로리 파트 2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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